정부는 '先先분양' 나서는데…건설사 선분양도 힘들어진다

입력 2021-09-29 17:06   수정 2021-09-30 13:07

2023년 이후 국내 주요 건설회사 중 상당수가 선분양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선분양 제한의 기준이 되는 벌점 계산 방식이 누계 합산으로 바뀌면서 ‘벌점 폭탄’을 맞는 곳이 크게 늘어나서다. 선분양은 주택가격의 80% 정도를 완공 이전에 중도금 등으로 납부하도록 하는 제도다.

한국경제신문이 29일 100대 건설사가 최근 2년간(2019년 7월~2021년 6월) 받은 벌점을 누계 합산 방식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절반가량인 45곳이 1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건설사로 범위를 좁히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10곳 중 8곳이 선분양에 제약을 받는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등 5개 건설사 가운데는 1점을 밑도는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다.

주택공급 규칙에 따르면 벌점을 1점만 받아도 분양을 골조공사 3분의 1 이후로 미뤄야 한다. 3~5점이면 3분의 2 이후, 5~10점이면 골조공사 완료 이후다. 10점을 초과하면 사용검사까지 마친 뒤 분양할 수 있다.

건설사들은 건설현장에서 부실 시공 등이 적발되면 벌점을 받는다. 정부는 현행 평균 방식은 현장이 많을 경우 영향이 크지 않아 도덕적 해이를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1월 누계 합산 방식으로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가령 현장 100곳을 관리하는 건설사가 2곳에서 각각 2점, 1점의 벌점을 받았다면 현행대로는 총 0.03점(3점/100)이다. 하지만 합산 방식으론 3점이 돼 100배로 불어난다. 개정안은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3년 1월 시행된다.

건설업계에서는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지나치게 크다고 주장한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산업본부 부장은 “‘피해 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 ‘미흡한 경우’ 등 측정 기준 자체가 명확하지 않아 사업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후분양이 늘면 주택 공급 속도가 느려지고 금융비용 등에 따른 분양가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

정부가 11월을 목표로 대대적인 민간 사전청약에 나서기로 한 것과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전청약은 선분양보다도 1~2년 앞서 분양하는 제도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벌점 때문에 선분양을 못하게 됐는데 사전청약을 독려하니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국토교통부는 벌점 기준 수정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누계 합산 방식을 적용했을 때의 벌점 추이 등을 시뮬레이션해보고 제도 시행 전 기준을 재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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